출판사명 |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 도서명 | 새 집을 지으면 | 저자 | 정재근 | 도서정가 | 12,000 원 | 페이지수 | 208쪽 | 초판발행일 | 2018년 12월 1일 | 도서분류 구분(일반/실용) | 문학 | 크기 | 128 * 210 | ISBN | 979-11-5602-666-2 |
출판사 서평 흔히들 문학의 제왕은 시(詩)라고 합니다. 삶의 기록을 남기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집을 남기는 것만큼 인문학적인 감성으로 충만한 인생이 있을까요? 그래서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벼슬길에 나아가 어느 직위, 어느 직급에 있더라도 항상 문인으로서의 풍모를 유지하는 삶을 추구했습니다. 현재에도 그러한 삶의 자세들이 이어진다면 좀 더 따뜻한 공직자, 인간미 넘치며 국민을 사랑하는 행정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세상의 흐름이 변하여 쉽게 찾아보기는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모범 사례와 같은 한 권의 책이 나와 우리 공직자와 국민들, 그리고 그의 한 가정에 따스하면서도 올곧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새집을 지으면』 시집에서 저자는 인생의 순간마다 늘 마음의 중심이 되어주던 부모님과 스승들의 가르침을 되새깁니다. 그리고 평생을 두고 소명으로 여기던 공직자로서의 삶에 대한 감회와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본인이 물려받고 후손들에게도 물려줄 유지를 시집을 통해 남기고 있습니다. 시의 정신은 ‘사무사(思無邪: 생각에 거짓이 없다.)’입니다. 백 마디의 말을 하는 것보다, 억만금을 물려주는 것보다, 진실하고 올곧은 공직자의 길을 걸어온 선대의 유지를 이어가고 이어받는 모습을 시집으로 남기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를 떠올리면서 『새집을 지으면』을 읽다 보면, 선비의 풍모를 간직하고 있는 저자의 은은한 인문학적 묵향(墨香)에 독자들도 물들고, 시집 속에서 공직자로서 좋은 귀감을 삼을 대상을 마주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깊어 가는 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계절, 특별히 올곧은 삶과 공직자의 궤적을 따르기를 꿈꾸는 분들에게 이 시집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자약력 고담(古潭) 정재근(鄭在根) 시인이자 철학이 있는 정책을 찾아 나선 행정평론가, 가슴 따뜻한 인문학적 행정의 주창자이다. 1961년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에서 태어났다.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재학 중이던 1982년 제26회 행정 고시에 합격했다. 육군학사장교로 복무한 후 공주시청, 충남도청, 대전광역시청, 내무부, 행자부, 청와대, 행안부, 외교부 등 지방과 중앙을 넘나들며 주로 자치 분권, 지방행정, 정부 혁신 분야에서 일했다. 내무부 과장 때 미국 유학 도중 IMF경제위기에서도 외국은행에서 생활비를 빌려가며 버틴 꼬박 4년의 공부와, 고향 부지사로 일하는 대신 선택한 외교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유엔에서 발전도상국 행정 혁신과 공무원 능력 개발에 헌신하고 있다. 시·군에서 공직을 시작해 시·도, 중앙 부처, 청와대 등을 거쳐 유엔 본부까지 이른 지방 행정, 중앙 행정, 국제 행정 등 내정과 외정을 모두 경험하는 드문 경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14년 〈한국문학시대〉 신인상으로 등단하는 등 행정 능력과 인문학적 소양을 겸전한, 우리 시대의 전인적(全人的) 공직자이다. 2002~2004년 청와대 행정관 2006년 충청남도 의회사무처장, 기획조정실장(일반직 고위공무원) 2010년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공사, 총영사(외무 고위공무원) 2012년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2014~2016 행정자치부 차관 (現)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대전문인총연합 회원 육군학사장교 예맥(藝脈) 창립회원 프롤로그 시인의 말 우리 모두는 오늘도 책을 쓰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을 어떤 책으로 쓰고 있을까 이 한 생 마감하는 그날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그날 그 책은 나오자마자 사과상자로 들어갈까 간직하고픈 몇 권의 인문학 책으로 남을까...” (시, ‘인문학적 삶’ 중에서) 33년의 공직을 무사히 마친 것이 저의 노력과 능력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 아내, 아이들, 후배, 동료, 이웃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하나씩 시로 만들어 이 책의 ‘가족, 고향, 이웃, 환생, 동체대비’ 편에 담았습니다. 삶의 족적과 주장이 일치하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주장을 하려면 그 주장에 부끄럽지 않도록 내가 먼저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살지 않고, 정말 살기 위해 애쓰는 몸부림을 ‘새 집을 지으면, 선비’ 편에 담았습니다. 이 책으로 인해 아버지를 보내신 후 이제야 조금 안정을 찾으신 어머니가 또 우실까봐 걱정입니다. 마지막까지 시집 발간을 망설인 이유입니다. 그래도 이쯤에서 제 삶의 족적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외람되이 저자연보라는 구질함을 책 뒤에 붙인 이유입니다. 남은 삶의 모습에 대한 새로운 의지도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후기(後記)를 대신하여 아버지와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후 지인들에게 약속했던 말들을 올렸습니다. 인생의 큰 변곡점에서 제 자신에게 했던 약속을 되새김질하여 앞날의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투명한 햇빛이 은행나무 잎을 맑게 물들이는 2018년 늦은 가을 효우정에서 정재근 올림 에필로그 * 네 분의 부모님 중 두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와 장인어른의 상례를 치르며 나는 내 인생을 돌아보았고, 내 삶의 미래 모습에 대해 다짐도 하였습니다. 이 시집은 그저 살아오지 않고 정말 살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쳐온 저의 기록이며, 앞으로도 그저 살아지는 것을 거부하고 진정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분 상례 후 지인들께 보낸 서신으로 다시 한 번 제 삶에 스스로 족쇄를 채웁니다. 공직자가 대과 없이 은퇴한다는 것에 대하여 사랑하는 선배, 동료, 후배 공직자 여러분! 제 선친(鄭 承자 基자)께서는 수의사로서 지방공무원이셨습니다. 1983년 제가 공무원이 되어 고향 논산시(당시 논산군)로 수습하러 갔을 때 선친은 군의 축산계장에서 도청 축정과로 자리를 옮기신 직후였습니다. 군청 친구 분들은 정 사무관도 아버지가 한 일을 경험해 봐야 한다면서 90cc 오토바이 뒤에 저를 태우고 집집마다 다니며 새끼돼지에게 뇌염 예방주사를 놓게 했습니다. 집 뒷마당 후미진 곳으로 두엄냄새 맡으며 돼지막을 찾아가서 꿀꿀거리는 새끼돼지 목에 주사기를 쿡 찌르면 녀석들은 깜짝 놀라 꽥 소리와 함께 움찔하면서 부르르 몸을 떨었습니다. 주민 삶의 공간에 깃들어 사는 살아있는 것들과의 뭉클한 첫 교감은 제 공직생활 내내 늘 저를 현장에서 주민과 함께하는 지방공무원이어야 참 공무원이라고 생각하게 했습니다. 지방행정을 하는 현장공무원인 것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선친께서는 농업연구관으로 퇴직할 당시 집 한 채 제대로 장만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래도 아들이 국가의 동량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큰 긍지를 느끼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부모님께서 그토록 살아보시고 싶었던 도청 관사에, 당시 국장이 되어야만 살 수 있었던 그 관사에서 하루라도 주무시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충청남도 기획관리실장이 되었을 때 오래되어 낡고 교육여건도 좋지 않아 남들은 외면하는 도청 관사에 일부러 들어갔습니다. 이사하던 날 날이 어둑어둑해져도 당신들 집으로 가시지 않는 부모님께 “마루에다 이불 두텁게 펴면 주무실 만할 겁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두 분이 바람 숭숭 들어오는 낡은 집 마룻바닥에 누워 밤늦도록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시며 연방 “좋다 참 좋다”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내가 만일 공직가치를 저버리고 무슨 일을 당하면 두 분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10월, 하늘 좋은 가을 어느 날, 제 평생의 스승이자 공직생활의 멘토이신 아버지가 당신께서 생전에 스스로 마련하신 유택에 누우셨고, 저는 구청에 사망신고를 하였습니다. 정부혁신의 좋은 사례로 제가 소개하던 제도인 상속재산조회도 신청하였습니다. 문중의 공동명의에 이름을 올리신 것 외에는 당신 개인 소유의 땅 한 뙈기 없이, 또 어느 한 곳에도 밀린 대금 하나 없이 깨끗이 정리하시고, 두 분 사시던 대전의 작은 아파트 하나 남긴 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